레슬링 중독에 대한 고찰

by Dongeun Paeng
May 23, 2025 · 만 35세

요즘 너무 바쁘다. 곧 졸업 시험이고, 회사 일도 많고, 육아도 해야 한다. 우선순위 설정이 매일 일어난다. 그런데 포기할 것을 생각할 때, 레슬링보다 다른 것들을 먼저 포기하게 된다.


레슬링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일이 많으면 레슬링 하루 쉬고 그 시간에 일을 하거나 시험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런데 보통 레슬링을 갔다가, 일이 쌓이고 공부가 부족하면 저녁 시간에 서재에서 시간을 보낸다.

잘 생각해보면 레슬링 > 일/공부 > 집안일로 우선순위가 결정된 셈이다.


문득 이 상황을 객관화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레슬링이 내게 왜 그렇게나 우선인 걸까?


위 내용 그대로 프롬프트에 넣고, 우선 o3의 의견을 들어보기로 하자.


(잠시 후)


o3 왈, 크게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으로 나누었을 때, "레슬링이 그렇게나 우선인 이유"를 크게 14개로 나누어줬는데 그걸 다시 내가 묶었다.


내적 요인


1/ 생물학적 만족감: 아드레날린 분출 등

2/ 동기, 보상 체계: 성장의 즐거움, 자기효능감

3/ 가치관, 정체성: 자기 서사

4/ 몰입: 멍 때리는 효과

5/ 건강 장기 목표: 체중 관리, 외형 관리


외적 요인


1/ 사회적 관계: 동료, 코치와의 유대, 약속 준수 책임감

2/ 일정 및 환경: 시간표가 정해져 있어 조절 난이도 낮음

3/ 비용: 매몰비용 편향

4/ 기회비용: 다른 작업의 긴급도, 중요성

5/ 사회적 메시지: work-life balance 등


이 중 내게 작용하는 요인은 (1) 생물학적 만족감, (2) 가치관, 정체성, (3) 건강 장기 목표, (4) 사회적 관계, (5) 일정 및 환경인 듯하다.

곰곰이 따져보니, (4) > (2) > (3) > (5) >> (1) 순서로 작용한다.


나를 아껴주는 관장님과 코치님을 떠올리면서, '오늘은 가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레슬링을 잘하는 사람'이고 싶고, 그래서 레슨을 놓치는 게 싫다. 놓치는 시간만큼 실력 면에서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든다. 그리고 운동을 못해서 체중 관리가 안 되는 게 찝찝하고, 이런 상황에서 일이나 공부는 저녁에 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객관적으로 검토해보자. 이 생각이 합리적인지.


생각보다 관장님이나 코치님 입장에서 내가 하루이틀 못 가는 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시합을 앞둔 선수도 아닐 뿐더러, 시합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내 시합 성적이 그 분들의 인생을 좌우하지 않기 때문에.


정체성 측면에서, 당연히 운동을 잘하고 싶고, 그래서 레슨 놓치는 게 스트레스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사업을 하고 있고, 아빠로서의 책임이 더 크다. 취미, 일, 가정의 중요도를 따져보면 가정 > 일 > 취미인데, 내 정체성은 역순으로 나열돼 있다. 이건 그른 생각이다.


체중 관리에는 운동보다 식단이 더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돼 있다.


일이나 공부를 저녁에 해도 상관 없지 않다. 11-13시 quality time의 효율이 훨씬 높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바쁜 기간 동안 레슬링을 잠시 쉬는 게 맞다. 하지만 머리와 가슴은 다르다.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서도, 오늘은 운동을 안 하면 너무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이 수증기처럼 머릿속에 떠 있다. 어쩌면 좋을까.


임시 결론: 체력 훈련 빠지고, 기술 훈련만 참여하자. 체력/체중 관리는 집 앞 헬스장에서 따로 하고, 식단 조절을 적극 활용하자. 그리고 시험 끝나면 아침 운동을 추가해서, 모자란 만큼 빠르게 따라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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