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배울 점이 없었다. 비싼 수업료를 생각하면... 점잖게 굴기 싫었다면 환불해달라고 난리를 쳤을 만한 품질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이 수업을 듣는 이유라면 아마도 워렌 버핏의 친딸과, 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 임원들과의 Q&A 시간 때문일 것이다.
이미 낸 돈은 매몰 비용이니, 중반 이후부터는 수업을 듣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깨달은 점은, 역시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게 더 유익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Robert Hagstrom이라는 베스트셀러 저자 본인과의 Q&A에서도, 그 저자가 쓴 책을 읽을 때보다 못한 지식을 얻었다.
다만 워렌 버핏의 친딸 Susie Buffett과의 Q&A에서는 몇 가지 건질 것이 있었다. 이걸 위해 수백만 원을 쓰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이나 언론에 드러나지 않는 버핏과 버핏 주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수백조 원 자산가의 딸 같지가 않았다. 기자에, 경호원에, 온갖 인파가 우글우글거릴 만도 한데, 전혀 그렇지도 않았다. 지극히 평범한 할머니였다. 워렌 버핏의 손자인 Mike도 동행했는데, 그도 진짜 평범했다.
몇 가지 질의 응답이 기억에 남고, 꽤 유익했다.
질문: "아버지의 성공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았나요?" 이 질문은 중국계 미국인이 했다.
답변: "전혀요. 성차별적인 발언일 수 있겠지만, 남동생들은 그럴지도 모르죠. 그리고 아빠가 돈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돈 많은 게 성공은 아니죠. 부자가 아닌데 엄청나게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질문: "버핏이 돌아가시면 수백조 원의 자산을 재단에서 운용해야 하는데, 계획이 있나요?"
답변: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딱히 계획이 없어요.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고, 워낙 건강하셔서 아직 남매들끼리 그런 대화를 안 해봤어요."
질문: "버핏은 왜 그렇게 건강한가요?"
답변: "우월한 유전자(버핏의 어머니도 94세까지 장수)와, 스트레스 없는 낙천적 성격. He has absolutely NO stress. And he is the most optimistic person I know. He's always in a good mood."
질문: "집에서 버핏은 어떤 얘기를 주로 하나요?"
답변: "온갖 주제에 대해서 얘기해요. 아빠는 사람들을 웃기거나, 가르치거나, 둘 다에 해당하는 얘기들을 끊임없이 해요. 제 친구들도 아빠랑 식사하는 걸 무척 좋아해요. 쉴새없이 웃기기 때문이죠."
질문: (이 질문은 내가 했다) "사업이 커가면서, 버핏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지는 않았나요? 당신이 자랄 때, 아빠가 소홀하다고 느꼈던 기억은 없나요?"
답변: "전혀요. 아빠는 항상 집에 있었어요. 집에서 주로 일을 했어요. 일을 엄청 많이 하시긴 했죠. 식사 끝나면 항상 2층에 올라가서 일하셨으니까요. 하지만 거의 매일 저녁을 같이 먹었어요. 그리고 저녁 때마다 온갖 얘기를 했어요. 한 번도 아빠가 너무 바쁘다거나 소홀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출장이 잦은 편도 아니었죠." (실은, 이 내용 또한 Becoming Warren Buffett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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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정말 가정적인 사람인 듯하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없다. 복리의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수익률과 기간이다. 수익률은 높일 자신이 없다. 남은 변수인 장수를 목표로 한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 없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7%의 평범한 수익률로 60년이 지나면 원금 또한 거의 60배가 된다. 오래 살고 검소하기만 하면 100억 원 이상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얼굴을 찌푸리거나 한숨이 나오거나 분노가 치미는 일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내와 딸의 입장에서 내가 너무 바쁘고, 집을 오래 비운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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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있는 다른 연사들의 세션도 딱히 건질 게 없었다. 좀 나쁘게 얘기하면 이 강의 전체가 사기극처럼 느껴졌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비판적인 리뷰를 꼭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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