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geun Paeng

잘 만든 앱들

손꼽아보면, 정말 잘 만든 앱은 드물다. 열 개도 되지 않는다.

생각이 안 나네

애플 기본 앱을 제외하고 잘 만든 앱으로 무엇이 있을까? 재밌게도 안 좋은 앱들이 먼저 떠오른다. 앱이 훌륭해봤자 황홀한 경험으로 이어지긴 어렵지만, 앱이 별로이면 불쾌한 경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즉 상방은 막혀 있지만 하방은 뚫려 있다는 것이다.

못 만든 앱

디어를 처음 시작한 2019년쯤에는 트렐로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때 슬랙도 엉망이었는데, 슬랙은 지금도 엉망이다. 트렐로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잘 사용하지 않지만. 슬랙에 대해서 혹평을 좀 해보려고 한다. 슬랙은 내가 써본 서비스들 중에서 가장 불편한 앱이다. 불투명하고 강압적인 가격 정책, 이메일 스팸, 복잡한 로그인 정책. 과도하게 열려 있는 플러그인 생태계.

다빈치로 사업 내용을 바꾸면서 슬랙을 버리고, 소통 수단을 메일로 일원화했는데 만족도가 무척 높다. 소통도 훨씬 원활하다.

잘 만든 앱

이제 좋은 앱을 얘기해보자. 좋은 앱이 뭘까?

  1. 지불 의향이 충분하고
  2. 낮은 품질로 인한 불만이 없고
  3. 일상에서 자주 쓰게 되는 앱이다.

세 번째 기준은 잘 만들었는지와 별개이긴 하다. 하지만 자주 안 쓰는데 잘 만든 앱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여하간 위의 기준으로 잘 만든 앱들을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Raycast

편하다. 예쁘다. 빠르다. 기능이 좋다. 오류가 적다. 자연스럽다.

ChatGPT

압도적이다. 기술력이 곧 제품력인 사례. 이런 사례는 드물다. 대화 인터페이스가 전부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앱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을 "대화" 안에 집어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술력과 혁신이 필요했을까?

CleanShot X

진짜 잘 만들었다. 다양한 화면 캡처 상황을 고려했다는 게 엿보인다.

Netflix

넷플릭스는 기술력도 좋고 앱 디자인도 좋다. 물론 콘텐츠 생산/조달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좋은 앱도 소용 없었을 것이다.

Figma

진짜 편하다. 피그마로 디자인을 생산하는 사람만 고려한 게 아니라, 그 디자인을 피그마에서 보는 '일반인'까지 고려한 게 신의 한 수.

윌라 오디오북

제품도, 서비스도 참 잘 만들었다. 책을 좀 더 많이 확보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어린 기획자들이 무리를 하는 것도 조금 엿보이긴 한다.

Google Docs

엑셀과 달리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완전히 대체 가능하고, 심지어 일부 기능은 워드보다 낫다. (덧: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엑셀을 절대로 대체할 수 없다.)

모두싸인

핵심 기능이 빠짐 없고 버벅임 없다. 자잘한 UX 개선점이 있긴 한데 크리티컬하지 않다.

아쉽게 탈락한 앱

아쉽게 탈락한 후보로는 Goodnotes가 있다. 잘 만들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불 의향도 충분하고 자주 쓰지만 낮은 품질로 인한 불만이 가끔 생긴다. 오류도 잦다. Zoom도 아쉽다.